🗞️ 오늘의 매거진 한 쪽 요약 🗞️

 👀 따끈따끈한 새 소식 

올여름 서울 서초구에 세계 최초의 오디오 뮤지엄, 오디움(Audeum)이 개관했어요. KCC의 서전문화재단이 설립한 박물관으로, 오랫동안 전 세계의 희귀 오디오를 수집해 온 정몽진 회장의 소장품과 기증품으로 컬렉션이 구성되어 있어요. 1877년 축음기가 발명된 후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문 사립박물관이죠. 특히 오디움은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와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설계해 주목을 받고 있는 공간이에요.

오디움은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쿠마 켄고의 첫 번째 한국 건축물이기도 한데요. 쿠마 켄고는 오디움이 하나의 경관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도심 속에 있지만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건축물에 담았어요. 외관에는 숲속에서 비추는 햇빛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얇은 파이프를 불규칙하게 배열해,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하는 빛을 도심 속에서도 느낄 수 있게 설계했죠. 그리고 대형 계단을 전면에 배치해 마치 숲속의 계곡을 따라 걷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어냈어요.

오디움에 놓여있는 빈티지 오디오들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관객이 오디오의 역사를 가까이 즐길 수 있길 바라는 태도가 담겨 있어요. 19세기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부터 워너 브라더스 극장에서 유성영화가 최초로 상영될 때 사용되었던 스피커까지, 오디오의 역사를 오롯이 만날 수 있죠. 홈페이지에서 투어를 신청하면 빈티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직접 청음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투어 예약은 웬만한 콘서트 티켓팅만큼 어렵다는데요, 선선한 가을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틈틈이 예약일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쿠마 켄고는 전통과 자연 그리고 지역사회를 가장 중심에 두는,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이에요.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건축물이 마치 자연에 스며드는 느낌을 선호해 ‘건축의 소멸’이라고 본인의 철학을 표현하기도 해요.

특히 켄고는 전통적인 일본 건축에서 사용되던 나무, 종이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고, 인간이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바람, 소리, 빛을 중요한 요소로 다뤄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V&A 던디 뮤지엄, 메무 메도우,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 등이 있어요.

 👨🏻‍🎨 오늘의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인물이에요. 잔느레는 그의 사촌이자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함께 파리에서 건축 사무소를 운영했는데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도가 새로운 수도 건설을 르 코르뷔지에에게 부탁하게 되면서, 잔느레와 르 코르뷔지에는 함께 인도로 떠나게 되었어요.

잔느레는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찬디가르의 개인 주택, 정부 청사, 대학교 캠퍼스 등 다양한 공공건물을 디자인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찬디가르 프로젝트를 위해 서랍장, 소파, 책상 등 인테리어 가구까지 제작하며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어요. 그가 당시 디자인한 가구는 인도의 전통 공예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와 대나무를 활용해 제작했어요.

잔느레의 시그니처인 X, V자 형태의 다리 디자인을 녹여내 미적으로도 완벽한 가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찬디가르 프로젝트의 모든 가구는 그가 평소에 사용하던 재료가 아닌, 인도에서 생산 가능한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제작했어요. 그의 디자인 실력은 잔느레의 가까운 동료였던 장 프루베(Jean Prouvé)가 1982년에 “지구에 나무와 돌만 남았을 때, 그것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건축가”라고 언급할 정도였죠.

이번 주 유튜브 요정재형 채널에서는 정재형님이 새로운 작업실을 꾸미기 위해 빈티지 가구 쇼핑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가 첫눈에 반해 구매한 가구는 바로 잔느레가 찬디가르 프로젝트 중 제작한 커피 테이블이었어요. V자 모양의 다리가 돋보이는 이 테이블은 유리 상판을 통해 내부 수납공간이 보이는 디자인이라, 소품을 넣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요.

찬디가르 프로젝트에 제작된 가구는 공공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마모됐어요. 그리고 찬디가르에서는 이를 복원하는 대신 폐기하기로 결정했었죠. 그래서 당시 제작된 가구는 재생산되지 않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가구로 남아 있어요.

 🏡 오늘의 공간 

SF 영화 속 세트장이 아닌가 싶은 이 건물은 20세기 모더니즘의 거장, 아구스틴 에르난데스 나바로(Agustín Hernández Navarro)의 대표작인 프락시스 하우스(Praxis House)예요. 날카롭고 기하학적인 외관을 지닌 이 건물은 에르난데스의 퓨처리즘적인 디자인 철학을 잘 드러내, 그가 추구한 건축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기도 해요. 프락시스 하우스는 에르난데스의 집이자 건축 스튜디오였어요.

거친 콘크리트로 마감된 차가운 분위기의 건물 외관은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에서 비롯됐어요. 브루탈리즘은 거칠고 노출된 콘크리트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직선적인 형태가 특징이에요. 이러한 특징은 프락시스 하우스의 역피라미드 형태에서도 드러나요.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El País)는 프락시스 하우스를 '블레이드 러너의 공항 관제탑'에 비유하며 그 독특한 모습을 극찬하기도 했어요.

프락시스 하우스는 총 세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어요. 1층은 에르난데스의 작업실, 2층은 그의 생활 공간, 그리고 3층은 그의 서재로 사용됐어요. 건물 내부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달리 마치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 구조로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2층 복도의 두꺼운 벽을 당기면 3층으로 갈 수 있는 숨겨진 계단이 나와요. 프락시스 하우스의 내부는 노우네스의 에르난데스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1952년에 설계한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은 브루탈리즘 양식이 처음으로 적용된 건축물이에요. 콘크리트 외벽과 깔끔한 직선의 조화로 브루탈리즘의 정석을 잘 보여주고 있죠.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337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설계했어요. 그리고 건물 내에 상점, 식당, 체육관, 어린이집, 옥상 정원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어 주민이 외부로 나갈 필요 없이 대부분의 생활을 건물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했어요.

 🪑 오늘의 가구 

오늘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2011년 이탈리아 브랜드 알레시(Alessi)와 협업해 만든 피아나 체어(Piana Chair)를 소개해 드릴게요. 피아나 체어는 혁신적인 형태와 기술을 인정받아 현재 MoMA 컬렉션의 일부로 소장되어 있어요. 이 접이식 의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접혔을 때 완벽하게 평평한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접혀있을 때도 깔끔한 실루엣을 유지할 수 있어 보관이 매우 용이하고 의자를 여러 개 쌓아두기에도 편리한 디자인이죠.

그리고 피아나 체어는 폴리프로필렌과 유리섬유로 제작되어 가볍고 내구성이 매우 뛰어난 장점도 가지고 있어요. 덕분에 실내외 모두 사용이 가능해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될 수 있죠.

이 의자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주요 건축 철학이 모두 담겨있어 역사적으로 더욱 의미가 깊은 디자인인데요. 기능성과 같은 필수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것이 특징이에요. 그리고 재료의 본질적인 특징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도 피아나 체어에 담겨 있어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해요. 정육면체의 미니멀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만큼 세련된 조형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를 사용해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개방적 공간으로 설계해 도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죠. 그 외에도 현재 성수동에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신사옥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어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서울에서 하나 더 만나볼 수 있다니 벌써 기대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