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낰낰입니다. 바로 직전에 보내드렸던 메일의 제목에 오류가 있어 다시 보내드렸어요.
혼란을 드려 죄송해요!
4월의 끝, 맑은 날에 찾아뵐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즐거운 기분이시길 바랄게요. ☺️

🗞️ 오늘의 매거진 한 쪽 요약 🗞️

 👀 따끈따끈한 새 소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디자인 업계도 출렁이고 있어요.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는 90일 유예됐지만 오는 7월에 만료될 예정이에요. 상호 관세란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만큼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인데요. 한국은 25%, 중국은 125%, 일본은 24%, 유럽연합은 20% 등 국가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어요. 이에 미국에 수출하고 있던 브랜드 등 글로벌 디자인 브랜드들은 상호 관세가 적용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어요.

먼저, 높아진 관세를 소비자에게 부담해야 할지, 브랜드가 온전히 흡수할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일본의 Maruni는 24%의 관세만큼 가격을 인상해야 할지, 사업 비용으로 부담할 지 결정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털어놨어요. 스페인의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Gandía Blasco는 20%의 마진 중 절반을 각각 가격 인상과 사업 비용으로 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반면 Moooi처럼 주문 제작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이미 생산을 시작한 주문의 경우 관세를 오롯이 감당해야해서 더욱 부담이 크다고 말해요.

또한 미국에 위치한 브랜드더라도 부품이나 재료는 외부에서 수급하는 경우가 많아 관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요. 결국 제작 비용이 증가하여 판매 마진이 감소할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해서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 특정 국가만의 장인 정신을 고수하는 브랜드에는 불가능한 일이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대다수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게 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미국이 목재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국내 가구 업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트럼프는 미국 원목을 수입해 가구로 제작해 다시 미국으로 되파는 것 가구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지적해 왔는데요.

국내 목재 가구의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미미하고, 그나마도 미국에서 목재를 수입하기보다는 동남아시아나 중국산 나무를 수입해요. 오히려 수출 품목이 바닥재, 가구용 보드나 인조대리석 등에 집중되어 있어 목재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보여요. 다만 관세 인상으로 원자재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질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해요.

 👨🏻‍🎨 오늘의 디자이너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르코르뷔지에, 잔느레와 약 10년간 함께 일한 역사적 인물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페리앙은 두 거장과 LC 시리즈(LC1, LC2, LC4 등)을 제작했어요. 특히 기본 개념은 르 코르뷔지에의 기능주의 철학에서 출발했지만, 가구 형태와 프로토타입 등은 대부분 페리앙이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결국 페리앙 없이는 르 코르뷔지에를 대표하는 가구 컬렉션은 완성될 수 없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죠.

그녀는 디자인이 인간의 삶에 녹아들게 하는 도구로 보고, 기능과 감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했어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당시 모더니즘의 원칙을 따르되, 그 형태와 기능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활용하고자 한 ‘생활을 위한 디자인(L’art de vivre)’에 초점을 맞췄죠. 산악 대피소 토노(1938)는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구조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예요. 8㎡에 최대 8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며 나흘 만에 설치가 가능한 가벼운 구조로 설계했어요.

이후 그녀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초청받아 방문한 일본 문화에 매료되어 후기 작품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도 했어요. 일본의 장인정신, 천연 소재를 다루는 법, 자연의 중요성 등에 영향을 받아 일본 전통 공예품과 현대적 해석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는 강철 대신 대나무로 만든 LC4 라운지 체어가 있죠. 이 외에도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 Les Arcs의 설계 당시 의도적으로 차 없는 리조트로 자연 환경에 대한 진보적인 철학을 투영하기도 했어요.

누아쥬 책장(Nuage Bookcase)는 페리앙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예요. 누아쥬는 프랑스어로 구름을 뜻해요. 그래서 디자인도 구름같이 가볍고 유연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죠. 선반과 박스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형태는 무한히 다양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기본에 정렬된 그리드식 선반의 구조를 깨고 비대칭적인 모양이 특징이에요. 덕분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다른 책장과 달리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가벼움이 구현되었어요. 이 또한 일본의 건축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아 공간을 단단히 채우는 대신 여백을 남기는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 오늘의 공간 

오징어 게임의 실사판이라고도 불릴 만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단지, 바로 스페인에 위치한 ‘라 무랄라 로하(La Muralla Roja)’예요. 스페인어로 ‘붉은 벽’을 의미하는 라 무랄라 로하는 이름처럼 강렬한 색감이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이에요. 레드, 핑크, 바이올렛, 블루 컬러가 바다나 바위 등 주변 자연의 색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죠. 그 위로 스페인 남부 지방의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면 시간에 따라 색과 그림자가 변하며 더욱 생동감 있는 경관을 만들어요.

사실 라 무랄라 로하의 진정한 매력은 공간 구성에 있어요. 십자가 모양의 모듈을 기본 단위로 삼아 각 주거 유닛이 독립되면서도 복도나 테라스와 같은 공유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특히 복도와 중정은 빛과 바람이 통하는 외부 공간으로 만들어 그늘과 환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최상층은 수영장이 있는 공용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독립된 작은 모듈이 엮여 전체를 구성하다 보니 하중을 분산시켜 지진 등에도 강한 구조예요.

라 무랄라 로하는 북아프리카의 카스바(Kasbah)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모로코의 카스바는 외부는 거대한 하나의 벽체처럼 보이는 폐쇄적인 모습이지만, 내부는 복도와 계단, 테라스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개방성이 특징이에요. 그리고 주로 자연의 흙이 만들어내는 붉은 황토색을 사용해 색감이 강렬하죠. 이러한 북아프리카의 전통 건축의 요소를 재해석해 예술적인 주거단지가 탄생했어요.

라 무랄라 로하를 설계한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은 스페인의 산업단지에 버려진 시멘트 공장을 발견하고 그의 건축 사무소 본사를 만들기로 결심해요. 2년간 진행된 리모델링은 마치 콘크리트를 조각하듯 숨겨져 있던 공간의 가능성을 파헤치는 작업과도 같았어요. 사무실, 모형 제작실, 도서관, 영사실 등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공장에 배치되고, 자연스럽게 자란 녹음과 정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리카드로 보필의 상상력 덕분에 시멘트 공장은 마치 가장 화려했던 어느 성의 전성기가 멈춰있는 듯 비현실적일 정도로 멋진 공간으로 변했어요.

 🪑 오늘의 가구 

오늘 소개해 드릴 디자인은 바르셀로나 체어예요. 1929년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hoe)와 릴리 라이히(Lily Reich)가 국제박람회를 위해 만든 디자인이었어요. 단순한 의자가 아닌 스페인 왕과 왕비를 맞이하기 위한 의례용 의자로 제작된 것이었죠. 모더니즘의 대표 디자이너인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릴리 라이히가 디자인한 만큼 왕실용 의자에 모더니즘의 미학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기존의 전통적인 왕실용 의자는 고딕이나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마치 ‘시대가 바뀌었다’라는 선언과도 같았죠.

모더니즘의 절제되고 실용적인 디자인 철학과 달리 바르셀로나 체어는 왕실을 위해 제작된 의자였던 만큼 상징성과 장엄함이 우선된 프로젝트였어요. 때문에 X자형 곡선 프레임과 손바느질 쿠션 등 의례적이고 장식적인 요소를 강조했어요. 다만 그 안에서도 오로지 선과 면의 기하학적 조합만으로 우아한 권위를 표현해 모더니즘적인 언어를 놓치지 않았죠. 바르셀로나 체어를 계기로 모더니즘 가구가 곧 고급 가구로 인식되어 호텔, 관공서 등 주요 공간에서 애용되었어요.

바르셀로나 체어는 현재까지도 놀(Knoll)에서 공식적으로 생산되고 있어요. 이는 플로렌스 놀(Florence Knoll)과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특별한 관계로 인해 가능한 것인데요. 놀은 당시 일리노이 공과대학의 초대 학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로부터 직접 모더니즘 건축과 철학을 배웠어요. 이후 놀을 이끌게 된 플로렌스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디자인을 라이선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곧 미스 반 데어 로에는 플로렌스에게 모더니즘의 본질을 가르쳤고, 플로렌스는 이를 산업화하는 데 성공한, 중요한 조력자의 관계였던 것이죠.